No.262. 2014. 8.2. (토)

“너는 무엇을 자랑하는가?”

(고후 10:15) 우리는 남의 수고를 가지고 분량 밖에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너희 믿음이 더할수록 우리의 한계를 따라 너희 가운데서 더욱 위대하여지기를 바라노라

인생 육십이 넘고 보니 참으로 허망한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내가 무엇을 하고 살아 온 것인지, 내가 이루어 놓은 것은 무엇인지.. 나라는 존재가 허망하여 티끌같다는 생각이 든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하였는데 과연 내가 죽으면 이요나라는 이름 석자를 기억해 줄 사람이 있을 것인가? (자식 또한 없으니 더욱 할 말이 없다,)

그래도 세월이 좋아 근래에 와서 동성애 문제가 이슈가 되면서 인터넷상에서라도 이요나라는 이름 석자가 오르내리고 있다. 그러나 머리가 허연 나로서는 참으로 부끄럽고 송구스러워 얼굴을 들지 못할 일이다. 옛날 같으면 집안에 먹칠한 놈이 되어 호적에 조차 빼버릴 이름이다.

만약에 동성애 문제가 이슈가 되지 않았다면 언감생시 함께 목사되기 조차 불명예스런 이름 석자가 어떻게 한국교계에서 들먹이겠는가? 도리어 감사를 해야 할지 부끄러워해야할지 난감하기 그지없다. 그래도 그리스도의 은혜로 복음적 차원에서 용납되어 아무 연고도 없는 미국에 초청을 받아 여기저기 얼굴을 디밀 수 있었다. 참 좋은 세상이다.

최근 여러 방송국으로부터 동성애 문제에 대한 토론 석상에 초장을 받는다. 흥미롭게도 어느새 내 이름이 동성애 강사로 등장한 것이다. 또한 언제부터인지 동성애문제의 두각을 나타내려는 사람들이 있다. 십년전만해도 동성애 문제라면 서로 얼굴을 붉히며 꼬리를 감추더니 이제는 여기저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얼굴을 보이려고 애를 쓰는 모습들이다.

그러나 막상 나는 방송 초청을 받을 때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또 그 자리에 참석을 해서 얼굴을 내 밀어야할지 썩 마음이 내키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동성애에 대한 성경적 정의와 동성애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복음적 해법을 듣고자함이 아니라 43년 동안의 동성애자의 비화와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나의 고백을 듣고자 함이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지난 고통들을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다. 그 더럽고 끔찍한 생활이 무슨 덕이 있겠는가? 그들은 눈물을 짜며 애통하는 나의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인가? 희희낙낙하던 동성애 시절의 미친 모습이 보고 싶었던 것일까? 그러나 이런 것을 찾으려면 자기들 육체속에 감춰놓은 수치들을 꺼내보면 될 것이다. 남의 것이나 내 것이나 육체는 그 나물에 그 밥이다.

흥미로운 것은 함께 참여한 사람들의 변증이다. 사람들은 그들의 입에서 쏟아지는 말에 마치 참 지식을 얻는듯 입을 벌리며 경청하고, 또 그는 그 모든 지식이 마치 자기가 발견한 것처럼 열변을 토한다. 그러나 그가 말한 것들은 이미 남들이 발표해 낸 것들이다,

그들은 ‘1993년에 해머가 동성애 성향이 X염색체의 한부분인 다형질 유전자들(Xq28)의 존재와 상관관계가 있다고 발표했다느니, 1999년에 라이스가 그것을 뒤집었다느니 유전설이 어떠하고 호르몬설이 어떠하고 뇌구조설이 어떠하고, 일란성 쌍둥이가 어떠하다는 둥..’ 마치 자기가 발견이라도 한 것처럼 장황하게 늘어놓는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이미 20여년 전부터 학계와 인터넷에 즐비하게 들어낸 학설로서, 이 자료들은 이미 국내 동성애 찬성론자들에 의해 웹상에 소개된 것이다. 그런데도 그의 이름 앞에 붙은 박사의 타이틀이 빛을 낸건지 모르지만 전국교회 유명강사가 되었다.

오히려 내가 동성애 문제를 성경적 정의를 토로하고, 복음적 해법으로 풀고자 역설이라도 하려면 마치 그들이 성경의 모든 것을 아는 박사라도 된 듯이 또 성경타령인가 하는 표정으로 식상해 한다. 과연 그들은 성경을 다 아는가? 아니다 그들이 아는 것은 다른것이다.

오늘 바울은 자신이 하나님께서 주신 분량 밖을 넘지 않는 것은 지식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남의 한계안에 예비한 것으로 자랑하지 아니하고 너희 지경을 넘어 복음을 전하려 함이라’ 기록하였다. 그러니 이제 몇이라도 부디 나의 부족함을 용납해 주었으면 한다.(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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