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263. 2014. 8.9. (토)

“자랑할 수 없는 이유”

(고후 12:15) 내가 너희 영혼을 위하여 크게 기뻐함으로 재물을 허비하고 또 내 자신까지 허비하리니 너희를 더욱 사랑할수록 나는 덜 사랑을 받겠느냐

사람들은 나름대로 자신의 능력을 자랑하며 자신의 인생을 한 것 뽐내려한다. 그 누구도 비굴한 인생을 살고자 하는 사람은 없다. 짧게 살지라도 굵게 살고 싶은 것이 인생들의 욕망일 것이다. 그럼에도 자기 삶에 만족한 사람은 하나도 없다. 그래서 사람은 종말에 이르러서야 인생무상을 노래한다.

나는 목사가 되려는 소망도 욕망을 갖지 않았었다. 솔직히 말해 교회 그 자체가 내 인생에 설정되지 않은 채 태어난 사람과 같았다. 누구보다도 감정적이고 욕정적이고 전투적인 성품으로 태어났다. 그러면서도 무엇 때문인지 내 성품은 유약하기 그지없어, 사람들 앞에 나서기를 좋아하면서도 정작 나설 때에는 나서지 못하는 표리부동한 성격 소유자였다.

사람들 눈에 칭찬받기 좋아하며 그를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던 못된 성품의 소유자였으며, 강한 도전정신을 갖고 있으면서도 선 듯 정도에 서지 못하던 아웃사이더 정신의 소유자, 어쩌면 야곱이 그러했고 바울이 그러하지 않았나 싶다. 분명 야심가이면서도 졸장부였다.

오늘 바울사도의 글에서는 그의 편협하고 외곬수인 성격을 보게 된다. 어떤 일에도 타협의 여지가 없고 내심은 강인하면서 연약해 보이며, 성난 파도 같이 폭발하는 내면에는 긍휼함과 애통함으로 가득하다. 이런 자가 예수의 은혜를 얻었으니 망정이지 그 성격 그대로 세상을 살았다면 큰 일 칠 것은 고사하고 많은 사람에게 위해를 끼쳤을 것이다.

돌아보기조차 싫은 나의 과거를 돌아 보건데 사람으로 온전한 일을 해 본 기억이라고는 전혀 없다. 어찌 그리 박복한 인생을 자청하고 살았는지 이해가 않된다. 내 인생이었으니 망정이지 내가 나의 가족이나 친지였다면 그를 참기에 얼마나 괴로웠을까 머릿속이 허옇게 된다.

오늘 바울은 “내가 너희에게 칭찬을 받아야 마땅하도다 내가 아무것도 아니나 지극히 큰 사도들보다 조금도 부족하지 아니하다”(고후12:11) 라고 자신을 변증하였다. 나는 이 글을 쓰는 바울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가히 이해가 된다. 사실 바울은 로마 시민권자로서 다소라는 교육도시에서 완벽한 학문을 겸비하고 종교적으로는 최고의 율법사 가브리엘의 제자였다. 그만한 인품이면 유태교든 예루살렘 교회이든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은 최고의 인격자다.

그런데 바울은 이방교회 곧 우상과 음행의 도시 고린도교회 성도들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자신을 변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 교회는 바울이 세운 교회로 성도의 분포는 학벌과 문벌은 고사하고 재능도 지혜도 없는 그야말로 우상숭배와 음행으로 얼룩진 하품인생 같은 존재들이었다.

바울은 이미 주께서 너희를 택하신 것은 “아무 육체라도 하나님 앞에서 자랑하지 못하게 하려 하심이라“(고전 1:29)고 선언하였다. (너희에게 자랑할만한 것이 없다고 못을 박은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하나님의 은사와 지혜를 받고 나니, 스스로 자기들의 눈높이로 낮아져 비천한 자들을 하나님의 영광이 되도록 섬긴 바울의 사도권을 외면하며 유식한 자의 자리에 서기 위해 세상의 큰 자를 탐하고 스스로 자기를 자랑하는 자들이 되려 한 것이다.

고생고생 하며 공부를 시켜 성공한 자식들이 제 부모를 무식하다고 비하하며 유능한 처갓집 장인을 떠받드는 격이다. 더욱이 그들은 바울이 재물을 탐하는 자로 여겨 자청하여 헌신키로 한 연보까지 내기를 주저했던 것이다. 이에 바울은 ‘내가 너희 영혼을 위하여 기뻐함으로 재물을 허비하고 또 내 자신까지 허비하리니“ 라고 역설하였다(고후12:15).

우리말에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한다는 말이 있다. 오늘 나는 이 서신을 읽으며 나 또한 이런 이율배반적인 일들이 없었던가 생각해 보았다. 다행이 내게 나를 이처럼 키워준 스승이 없음을 감사한다.

그럼에도 내가 나 된 것은 스스로 된 것이 아니다. 세상의 큰 스승보다 더 크신 예수께서 나를 불쌍히 여겨 더욱 큰 은혜를 더하신 것이다. 그러니 오늘 내가 조금 멸시를 받는다 할지라도 더욱 큰 은혜로 알자. 이 멸시야말로 그 어떤 상황에도 내가 자고하지 않게 하고자 하신 하나님의 은혜이기 때문이다. 아멘! (이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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