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269 2014. 9. 7(토)

“이쯤에서 인생은 접어 두자”

(갈 3:28,29) 너희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주자나 남자나 여자 없이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이니라 너희가 그리스도께 속한 자면 곧 아브라함의 자손이요 약속대로 유업을 이을 자니라

추석입니다. 가을 문턱만 넘으면 한국사람이면 좋으나 싫으나 추석을 넘어야 하는 것이 숙명처럼 되었습니다. 올 같이 세월호로 어수선한 시국에는 추석마저도 비껴갔으면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만 그럼에도 추석 한가위는 그 날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 민족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위로이다.

그럼에도 누가 내게 일년 365일 중에 하루를 빼내라고 한다면 나는 선뜻 추석날을 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마음을 가진 것은 비단 나뿐일 것 같지는 않다. 생떼 같은 아들을 바다에 묻어버린 세월호 가족들은 말할 것도없고 성묘 조차할 수 없는 실향민들의 한은 이승에서는 풀 수 없는 응어리가 되어 버린지 오래다.

인생에 얼룩진 아픔들은 나이가 들면 조금씩 잊혀 질 것으로 알았다. 그러나 그 많은 날들은 가슴의 한을 녹여주기는 커녕 오히려 잊혀진 기억들을 더하여 대못질을 한다. 갈수록 생생해지는 어머니의 그리움은 혈관을 타고 절절해 진다. 어찌할 수도 없는 그리움으로 추석의 밤은 더욱 길기만 하다.

때때로 이쯤해서 나를 멈추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스도 안에서 얻은 안식을 상실하기 전에 어미가 있는 곳이면 그곳이 어디이든 가고 싶은 마음에서다. 그러나 성경은 ‘주께 가는 것이 원이나 남아 있는 것이 너희에게 유익하다’ 기록하였다. 그러니 이승과 영생 사이에 낀 내 인생이 참으로 안타깝기만 하다.

만약 내가 주께 죽도록 충성을 해서 어미의 영혼을 영생으로 돌이킬 수 있다면 나는 이제라도 머리로 짚신을 삼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자기의 운명을 스스로 져야 하는 것이 복음의 진리인 것을 내가 더 많이 산들 무엇을 할 수 있으랴.

젊어서는 밤낮을 달려도 부족하지 않았던 날들이 나이가 들수록 하루하루가 천근보다 무겁고 좁아진다. 살아가는 인생으로 치면 더 살아서 얻을 낙이 없으니 낮의 열정과 밤의 소망이 내게는 무의미하다.

그래도 사람마다 주어진 생명이 있어 그 남은 소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 애를 써 보지만 전도자는 “어떤 사람은 그 지혜와 지식과 재주를 써서 수고하였어도 그 얻은 것을 수고하지 아니한 자에게 업으로 끼치리니 이것도 헛된 것이라 큰 해로다”(전 2:21) 말하였다. 네게 있는 모든 것이 네 것이 아니라는 말씀이다.

성경은 이미 “인생은 고난을 위하여 났나니 불티가 위로 날음 같으니라(욥 5:7) 기록하였으니 그 어떤 인생도 비록 무거운 죄의 사슬을 벗은 자라 할지라도 인생에서의 쉼을 얻지 못한다. 그러므로 인생 중에 안식을 얻는 것은 몽상이다.

그럼에도 사람이 비록 의인일지라도 인생의 남은 무거운 사슬을 끌고 갈 수밖에 없는 것은 남은 시간들이 자기의 몫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고뇌의 걸머지고 인생을 살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영생의 약속이 있기 때문이다. 남에게 베풀어야 할 은혜의 보상이 각 사람들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오늘 바울이 우리에게 말하는 아브라함의 복, 곧 약속하신 유업이란 바로 인생들이 얻을 수 없는 의인들만이 얻을 영생의 복을 뜻한 것이다. 이 복은 그 어떤 차별도 없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하나님의 아들들에게 주어진 유업이다. 그러니 비록 네게 꿀 맛 같은 인생이 남아 있을 지라도 이쯤에서 인생은 접어 두자. 그것이 하늘에 쌓아둔 너의 복이기 때문이다. 아멘 아멘 (이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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